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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꿀멍 interview: 나이 제한은 위 아래 위위 아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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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소수자 고졸 취업자에게는, 더 젊은 세상이 필요하다

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 갑갑하다. 요즘 애들 ‘디폴트’인 대학은 쿨 하게 건너뛰어 버렸고,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와 같은 남자다. 그저 꿈 따라 적성 따라 살고 있을 뿐인데, 월급은 깎이고 마음껏 사랑도 못 한다. 그리고 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 평화롭다. 분명 화 나는 일들도, 화 내야 할 사람들도 많은데, 다들 촛불이나 흔들어 대며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웃기다. 사회 초년생 SY (21) 씨에게는, 확실히 더 젊은 세상이 필요하다.

고졸은 시작부터가 다르다고

주: 그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거야? 계기가 뭐야?

SY: 중학교 때 벌써 결정을 내렸었어. 대학교는 안 가기로. 그때부터 내 미래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서, 대학교 커리큘럼도 이것 저것 찾아봤는데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없더라고. 잠깐 유학 생각도 해 봤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했고, 그래서 프리랜서 좀 하다가 지금은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어.

주: 어떤 에이전시인데? 지금 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 궁금해.

SY: 에이전시인데, 말하자면 핀테크 금융 쪽에서 일하고 있어. 웹 에이전시 같은 건데, 어떤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을 때 개발팀을 직접 꾸릴 수 없는 상황이 있잖아. 그럴 때 제작 대행하는 일을 맡아서 하는 거야.

주: 되게 생소한 분야다. 재밌어?

SY: 사실 실질적으로 업무를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. 나는 원래 이 분야에 관심 있던 건 아니고, 그냥 이것 저것 하다 보니까 작년 초부터 여기로 흘러 들어가게 된 거야. 돈 되는 거 하는 거지 사실.

주: 근데 사실 다들 일 하려면 대학은 기본이라고 하잖아. 고졸 노동자로 지내면서, 불편하거나 그랬던 거 있어?

SY: 일단 제일 큰 건 돈이지. 대졸이랑 고졸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연봉 테이블 자체가 아예 달라. 노임 단가표 라는 거 있거든. 어느 분야에서 학사를 땄으면 얼마 추가, 경력이 몇 년 있으면 얼마 보너스, 이렇게 연봉이 정해지거든. 그리고 대우도 조금 다르지. 에이전시나 SI 업계에서는 사실 클라이언트가 갑이잖아. 그래서 일을 맡을 때마다 직원들 명세를 제출해야 되는데, 그럴 때 고졸 직원들은 페이가 후려쳐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.

주: 이런 케이스가 많아?

SY: 응. 나랑 비슷한 고졸 취직 케이스가 굉장히 많아. 내가 이번에 직접 뽑은 후배도 그렇고. 이쪽 업계는 작업물이 바로 나오고 실력 검증이 쉽기 때문에 능력만 있으면 바로 취직할 수 있어. 근데 경력이 쌓이다 보면 아까 말한 노임 임금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 대학 같은 곳에서 학사를 따야 하는 경우도 있어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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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치는 섹도시발

주: 혹시 직원들끼리 정치 이야기도 해?  

SY: 자주 해. 최근에 박근혜 탄핵 관련 보도 되었을 때 사무실에 스크린으로 크게 틀어놓고 다 같이 박수도 치고.

주: 아, 그러면 다들 성향이 비슷한가 보네?

SY: 보통 대부분 진보 성향이지. 기업이 작다 보니까 분위기도 잘 맞고. 연령대도 비슷하니까. 간부 쪽들 빼면 대부분 20대 초 중반, 30대 한 두 명, 그렇거든.

주: 그러면 평소에 정치 이야기를 주변인들이랑도 해?

SY: 응. 굉장히 자주 하는 편이야. 인터넷에서도 많이 하고. 정치라는 게 현실이랑 뗄 수 없는 문제니까, 참여는 못 하더라도 일단 이슈가 발생하면 얘기라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.  

주: 열혈 트위터리안이라고 들었어. 트위터에서 보는 정치세계는 어때?

SY: 정치인들 계정 같은 경우는, 일단 젊은 세대를 전혀 모르지. 공감도 못 하고, 트위터라는 매체를 쓰지만 그걸 전혀 활용 못 하는 게 웃기고 아쉽고 그렇지. 워낙 우리 나라 정치인들이 나이가 들기도 했고, 그만큼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거에 놀라기도 했지. 그나마 김광진 의원이 좀 젊어 보였는데, 팔로잉 목록 보고 절레절레. 진짜 아직 멀었어. 이런 것 조차도 신경을 못 쓰는 사람들이 우리 나라 젊은이들을 위하겠다고 나와 있구나, 하는 생각이 들어서. 실망을 크게 했지.

주: 촛불집회 가봤어?  누구랑?

SY: 보통은 혼자. 아니면 트위터에 간다고 멘션을 올리면 그거 보고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랑 가기도 하고.

주: 어땠어?

SY: 확실히 한국의 집회는 너무 평화롭다고 생각해. 분명 이쯤 되면 경찰차에 불 한 번 지를 타이밍인데,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. (웃음)

주: 그럼 더 격해져야 한다?

SY: 응. 일단 불 좀 지르고. 터뜨리고. 그래야 한다고 봐.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잖아. 정치인 번호 털어서 사람들이 문자 보냈던 거. 난 그게 되게 괜찮은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했거든. 지금 정치인들은 너무 걸러진 의견만 듣고, 그래서 국민의 불만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잖아. 우리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알려 주고, 막말을 좀 해야 해. 날 것 그대로의 의견 표출. 본때를 보여 줘야지.

주: 그럼 정치 이슈에 대한 본인의 관심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?

SY: 한 중상 정도.

주: 그럼 이게 너의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쳐?

SY: 뭐 지금 당장 정치가 나를 죽이고 살리고 하는 건 아니니까 완전 큰 건 아니지. 데 또 일상 생활에서 정치가 영향을 안 미치는 경우는 없어. 오늘 장 볼 때 살 식료품 값부터, 미래에는 내가 동성애자니까 동성혼 이런 것까지. 골고루 구석구석.

주: 주로 정치 의견을 접하는 통로는 어디야?

SY: 트위터 아니면 플립보드를 많이 이용해. 아니면 해쉬, 마이브릿지 같이 업계 뉴스를 모아주는 앱도 이용하고.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해쉬 라는 앱인데, 트위터 뉴스를 큐레이팅 하고 미국 방송사 클립을 녹화해서 그걸 영어로 읽어 주거든. 그럼 아침에 일어나서 그걸 들어.  

주: 되게 트렌디하다.

주: 그럼 너의 정치관은 어때? 어떤 성향이야?

SY: 되게 진보적이라고 생각해. 사실 지금 한국의 진보는 보수라고 생각하거든. 조금 더 도발적인 진보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에는 없다고 봐.

주: 그러면 왜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됐어?

SY: 자란 환경의 영향이 크겠지. 아버지가 공무원이어서 중산층으로 자랐어. 보통 이러면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, 나는 부족한 게 없으니까 오히려 진보적으로 자랐던 거 같아. 서양권 문물을 많이 접한 탓도 크고.

주: 또 다른 영향은?

SY: 여행에서 이것저것 많이 느꼈어. 외국에서 잠깐 산 적도 있는데 그건 너무 어렸을 때라 별 의미는 없을 것 같고. 유럽 여행을 처음 갔을 때 생활 양식 같은 걸 보면서 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,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.

주: 그럼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?

SY: 너무 많은데, 하나만 뽑자면 일단 늙었다는 거지. 그러니까 젊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도 없고, 기껏 내면 뭐해. 어차피 컨펌하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다 리젝해 버리는데. 우선 대통령부터도 40살이 안 되면 할 수가 없는데. 40살 이하가 대통령이 못 되면 60살 이상도 되지 말아야 돼. 나이제한이 아래로 있을 거면 위로도 있어야 되는데, 아래만 있고 위 제한은 하나도 없어. 그러니까 사회가 끝없이 고령화되고, 공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젊고 새로운 생각이 나올 구멍이 차단되는 거지.

주: 네가 일하는 업계는 좀 젊은 편이잖아. 그런데도 이런 현상이 있어?

SY: 사실 분야가 스타트업이면 비교적 젊으니까 잘 굴러가. 그런데 은행권이랑 얽히면 결국 결정권자가 나이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똑같지. 그리고 사실 이 업계도 생산직이라, 어떤 걸 생산할지는 결정권자한테 달렸잖아? 근데 그 사람은 임원이니까 못 해도 60대에서 70대. 환장 하는 거지.

주: 정확히 어떤 식이야?

SY: 그러니까 일단 뭘 지시하는지 제대로 몰라. 앱에 대해서 모르는데, “앱이 있다더라. 만들어 봐라.” 이런 식으로 오더가 내려오니까.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어떻게 잘 만들어 가면 또 위에서 이건 아닌데 하면서 자르고. 그렇게 갈기갈기 찢기니까 제대로 된 기획이 나올 수도 없지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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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못’ 하는 것과 ‘안’ 하는 건 다르지

주: 혹시 관심 있거나 바라는 정책이 있어?

SY: 일단은 동성혼 합법화지. 내가 동성애자니까. 물론 나 자신은 비혼주의자지만,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자발적으로 안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해. 전자는 나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거니까.  

주: 다른 건?

SY: 일단 복지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. 젊은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사업에서 이해가 하나도 없다고 보고. 사실 박근혜 정부 때 스타트업 쪽에 1억 정도의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었거든. 근데 그걸 받아서 쓰려면 윗 사람들 입맛에 맞게 진짜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내고, 그거에 따라서 집행을 해야 해. 그래서 실제로 그 1억을 받아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없었고, 결국엔 다 폭망했지. 못 해도 몇 백 명한테 갔을 텐데, 그럼 그 자금이 다 낭비됐다는 거잖아. 더 잘 쓸 수 있었는데. 젊은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정책을 내야 해.

주: 그럼 혹시 바라는 대통령 후보는 있어? 꼭 대선 후보가 아니어도, 막 너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 추천해도 돼.

SY: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가 대통령  감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어. 굳이 말하자면 힐러리? 근데 그 이상으로는 아는 인물이 없네. 굳이 대권 주자 중에서 고르자면 안희정 후보 좋아했었는데 최근에 청년들을 고려한 언행들은 실망스럽고.

주: “미안하다 얘들아!”

SY: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애들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안 보는 거잖아. 심지어 그 애들의 범위도 뭐 스물 네 살까지로 너무 확장되어 있고. 그리고 같은 스물 네 살 이어도 수많은 삶의 경우가 있을 텐데. 그걸 다 ‘애들’이라고 하면 섭섭하지.

주: 어떤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?

SY: 나이 제한 없이, 국가 운영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. 북유럽처럼 나라에 제대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고,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해. 그리고 그 사람들을 뽑을 때 성별, 나이 같은 게 아무런 문제가 안 되었으면 해. 진짜 막말로 열 살, 스무 살 이런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다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.

주: 그럼 투표 연령 제한도 싫겠네?

SY: 응. 솔직히 어이가 없다고 생각해. 한 14살 정도면 열어도 되지 않을까. 우리 나라에서 나이에 따라서 민법 상으로 제한되는 많은 행동에 대해 나는 이해가 잘 안 가서. 예를 들어서 술이나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청소년한테 안 팔잖아. 근데 그게 더 해로운 사람들한테는 잘만 팔잖아. 폐암 환자들한테는 팔고 곧 죽을 노인들한테도 팔고. 그건 잘못된 게 아닌가? 그러니까 굳이 그걸 왜 법으로 제한하는 지가 의문이야.

주: 마지막 질문. 그럼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야?

SY: 돈 많이 쓰면서 개랑 고양이 키우고 살려고. 난 비혼주의야. 한 사람이랑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, 애도 딱히 좋아하지 않고, 혼인 제도에 대한 의문도 있어서. 일은 목숨 붙어 있는 한 하려고.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, 돈은 벌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벌 거고.

 

글 및 편집 / 필주 

사진 / 마리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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